전시·야생동물

[전시동물] 굶주림만큼 비참한 지하 2층 감옥생활, 대구 실내 동물원을 찾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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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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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주 월요일인 지난 4월 27일, 두 달째 계속되는 코로나 여파로 영업을 중단했던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최근 이 실내 동물원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수척한 사자의 모습과 수달 한 마리의 폐사 소식이 방송으로 공개되며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해당 동물원은 코로나로 인한 방문객 감소로 재정난이 악화됐고, 결국 동물들에게 적정량의 먹이 공급조차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동물자유연대는 가장 먼저 대구 지역에 거주 중인 회원님의 도움으로 현장 확인을 시도했지만, 운영 중단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이후 4월 26일 해당 동물원의 재개장 소식을 접하고 동물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구시청 담당 주무관과 함께 현장을 찾았습니다. 



동물들의 급식상태 연명 수준… 재해, 재난 대비 동물보호 계획 갖춰야

1,700여 평 규모의 이 실내 동물원은 영화관과 함께 실내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자와 하이에나는 물론 수족관까지 겸하며, 코로나 사태 전 하루 평균 1,5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 동물원이기도 합니다. 물고기를 직접 만질 수 있고, 당근과 고기를 구입해 직접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는 동물원으로 규모만큼이나 수십 여종의 다양한 동물이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가장 먼저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건강상태가 우려되었던 사자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두 마리의 암, 수 백사자의 상태는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영양실조가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긴팔원숭이, 하이에나, 사막여우, 수달, 펭귄 등 다른 동물들의 건강상태 또한 다행히도 우려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동물들에게 평소보다 적은 양의 먹이를 급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동물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 후 전국 각지에서 생닭 등의 먹이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정상적인 급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해당 동물원은 동물원의 굶주린 동물들을 돕고자 하는 시민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한 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재개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 동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코로나를 비롯한 재해, 재난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릅니다. 수많은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동물원이라면, 재해, 재난으로 인한 동물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재해, 재난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돌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수의사 및 전문인력 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사례와 같이 적절한 먹이 공급이 중단되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대비책이 동물원 승인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보다 충격적인 실내동물원 동물의 삶

동물들의 굶주림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건물 지하 2층에 사자와 하이에나, 여우 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동물원 입구는 다양한 어류를 볼 수 있는 수족관부터 시작하여 동물원 중심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새끼를 낳은 긴팔원숭이에서부터 하이에나, 사막여우, 국내 유일의 대머리 황새, 그리고 동물원의 자랑으로 여기는 '영남권 최초의 백사자'까지 희귀한 동물들이 햇빛 한 줌, 바람 한 점 없는 좁은 공간에서 유리창 너머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하 2층에서 하이에나와 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좁은 우리와 맨들맨들한 시멘트 바닥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었습니다. LED 조명으로 식물도 키울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햇볕과 바람 없는 실내의 사자와 하이에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좁은 우리 안은 동물들의 지루함과 무료함을 달래줄 행동풍부화를 위한 도구나 시설은 전무했습니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우리 밖 환경은 동물원을 머무는 동물들이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얼마 전 새끼를 낳았다는 긴팔원숭이의 경우, 좁은 우리에서 어미가 새끼 원숭이를 돌보고 있는 상황으로 어미와 새끼들이 안정을 취하거나 새끼를 돌볼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좁은 수조에서 제한된 공간을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는 펭귄과 수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종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동물이 먹이주기 체험 구멍에 코와 입을 대고 있는 모습은 활동가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손톱 크기의 당근을 구입해 유리창에 뚫린 조그마한 구멍으로 넣는 체험 활동은 관람객에게는 즐거움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의 움직임만을 쫓으며 조그만 구멍에서 당근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도록 길들여진 동물들에게 자연의 습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육식 동물이 당근에 반응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입니다. 


생태적 환경 조성과 동물원 규제 마련, 동물원 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

동물에게 굶주림보다 더 가혹한 것은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감옥 같은 환경입니다. 대구 실내 동물원의 사자와 하이에나는 풀 한 포기 없는 시멘트 바닥을 머물고, 펭귄은 먹이 구멍 근처를 빙빙 도는 것이 하루 일과입니다. 이러한 비생태적 환경 속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모습은 '동물원이 교육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최근 많은 동물원이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한 환경으로 시설을 개설하고 환경풍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시동물의 복지가 중요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동물원은 우후죽순 생기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은 멸종위기동물을 제외한 그 외 동물에 대한 사육시설에 대한 기준이 전무합니다. 등록만 한다면 누구나 동물원을 개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문턱이 낮습니다. 손 쉬운 개원, 최소한의 사육시설 기준의 부재,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가 없는 지금, 동물원의 동물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전시동물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난무하는 실내 동물원, 체험동물원에 대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물원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동물원 동물들의 열악한 복지실태에 분노하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결국 21대 국회의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동물이 있어야 할 곳은 좁은 우리, 햇볕 한 점 없는 실내가 아닙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대구 실내 동물원의 사례를 계기로, 시민 여러분이 굶주림보다 더 가혹한 전시동물의 삶에 주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동물원의 존재 이유와 그 필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이상 전시동물의 고통을 유희와 오락, 그리고 교육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전시동물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서 사람의 움직임만을 쫓아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 생각해주세요.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 및 정책 마련에 보다 힘쓰며, 아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실내 동물원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댓글


송효주 2020-05-24 03:41 | 삭제

미쳐버리겠다. 제발 법좀제대로 생겨서 동물원좀 안생겼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