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동물 구호/지원

학대, 유기, 재난 등 위기에 처한
동물의 안전을 지키고 회복 지원

[쓰담쓰담] 잘못된 수술로 고통받던 리브

20241월 구내염으로 침을 심하게 흘리고 있는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몸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입주변은 물론 꼬리까지 털이 모두 뭉쳐 있었습니다. 한겨울에 엉망인 몰골로 햇빛이라도 쬐겠다고 실외기 위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애기라고 부르며 밥과 구내염약을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2번 약을 먹여야 하고 한겨울이라 핫팩도 매일 넣어줘야 해서 아침저녁으로 도보 왕복 50분 거리를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다녔습니다.

봄이 되어 시에서 실시하는 TNR이 시작되었고 애기를 포획했습니다. 그러나 애기는 임신 중이라 시 TNR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구조자는 중성화와 중절 수술을 해주었습니다. 구내염으로 엉망이 된 상태에서 새끼를 낳을 수도, 키울 수도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방사할 수 없어 별도의 장소를 빌려 2주 정도 돌보았습니다.

구조자는 애기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집에는 예민한 두 반려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애기를 길로 돌려보내고 한여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주러 땀을 쏟으며 매일 50분씩 걸어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기의 급식소가 인도 한복판에 패대기쳐져 있었습니다. 너무 놀랐지만 당장 급식소를 옮길 곳이 마땅치 않아 원래 자리에 두고 연락처를 크게 적어 치우기 전에 연락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이후 한동안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초 급식소는 또 테러를 당했습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애기를 구조해 병원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애기는 수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겉으로 드러난 치아만 대충 갈아낸 탓에 뿌리가 남아있고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결국 검사비만 쓰고 아무런 치료도 못 한 채 퇴원했습니다.

그렇게 애기를 집으로 데려와 두 달 반 동안 약을 먹이며 돌보았습니다. 동시에 서울에 있는 치과 전문병원 여러 곳에 의료기록을 가지고 상담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마침내 병원을 결정하고 수술을 예약했습니다. 차가 없었던 구조자는 택시를 불러 서울까지 혼자 애기를 데리고 이동했습니다.

검사를 마친 원장님은 이전 수술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며 탄식하셨습니다. 첫 병원에서 볼과 잇몸이 염증으로 유착되었다고 진단했던 부분도 이전 수술 시 아무렇게나 조직을 연결해서 그런 거라고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재수술이 필요하고, 어금니부터 앞니까지 모조리 잔존 뿌리가 있는 상태라 쉽지 않은 수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년 넘게 길에서 살며 스테로이드를 먹었지만 다른 장기는 건강해서 마취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애기는 총 2시간 반의 마취와 수술을 잘 견디고 무사히 깨어났고 수술도 성공적이라고 했습니다.

리브의 병원비에, 길에서 돌보던 다른 아이의 장례비, 또 그 아이 장례를 위해 이동하던 중 로드킬 당한 아이 둘을 발견해서 수습해 함께 장례를 치르고, 가족의 병원비에. 돈이 많이 들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리브까지 구조하는 걸 본 주변인들은 저를 안타깝게 보지만 집에 온 첫날부터 애교쟁이가 된 리브를 보며 더 일찍 데려오지 못한 게 미안할 뿐입니다. 리브는 길에서는 손을 전혀 타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릎에도 올라오는 개냥이입니다. 새로 지어준 리브라는 이름은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올리브에서 따왔습니다. 동시에 살다란 뜻의 영어 단어 ‘live’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름처럼 이제 리브가 힘든 기억을 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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