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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ome Essay] 구조됐지만 웃지 못하는 개 홍시

  • 반려동물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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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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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Home Essay>


구조됐지만 웃지 못하는 개 홍시 

애니멀호더에게 방치 학대 당하다 얼굴 근육 굳을만큼 심한 피부병 얻은 홍시 


-글. 윤정임 센터장 



기분이 좋아도 늘 같은 표정의 홍시


어디선가 낮은 신음이 들려온다. 점점 커지던 신음은 비명으로 이어졌다. 허겁지겁 무슨 일인가 주위를 살피니 시추종의 개 ‘홍시’의 등이 피범벅이다. 소리를 지르면서 연신 몸을 긁어대는 홍시를 보고 있자니 이 녀석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피부병이 야속하고 밉다.

동물보호소에서 가장 흔하고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은 피부병이다. 구조한 동물들 대부분 버려진 뒤 보살핌 받지 못했거나, 보호자가 있어도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부족한 영양소 섭취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만성 피부병이 있는 것이다.

반려견을 괴롭히는 피부병의 종류가 많지만, 이 가운데 특히 치료 기간이 길고 극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질환은 모낭충증이다. 모낭충은 털진드기목에 속하는 모낭진드기속 기생충의 총칭이다. 모낭충은 피부 속 피지와 노폐물을 영양소로 섭취하며 증식하는데, 피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과도하게 증식하면 태선화가 진행돼 피부가 시커멓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변한 피부는 정상적인 피지 분비가 안된다. 피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막화 된 피부에는 가려움만 남는다.



구조 당시의 홍시 


홍시는 2015년 구조되었다. 약 10여평 남짓한 반지하 빌라에 시추 42마리, 고양이 1마리가 뒤엉켜 살고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가 안된 집안에 갇힌 시추들에게는 피부병이 창궐해 있었고, 노부부였던 주인은 전형적인 애니멀호더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피부병이 심했는데 어린 시추들보다 오랜 시간을 애니멀 호더에게 빼앗긴 결과였다.

홍시는 피부병 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5마리 중 한 녀석이었다. 작은 몸집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가진, 피부병이 없었다면 딱 봐도 예쁜 외모의 시추였다. 그런데 표정이 늘 울상이었다. 웃는 상이 아닌 어둡고 우는 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근육이 움직이며 표정이 나타나야 하는데 몸의 피부 뿐 아니라 얼굴의 피부도 시커멓고 딱딱하게 태선화가 진행돼 표정이 지어지지 않았다. 딱딱해져 무거워진 피부가 얼굴 근육을 아래로 끌어당겨 울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부터 애니멀호딩이 동물학대의 한 유형으로 처벌 대상이 되었지만 아직 실제 처벌 사례는 없다. 애니멀 호딩은 중성화 수술에 대한 개념이 없는 노년층과 중성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회취약계층에서 빈번한 경우가 많다. 처벌이 가능하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와 권익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갈 길이 멀다.



구조 당시 같은 종의 개 40여 마리가 밀집해 있었다


한편으로 애니멀호딩으로 적발하면 적게는 20~3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가 넘는 동물이 발견된다. 이들을 애니멀호더로부터 격리해 안락사 없이 보살핌을 줄 곳이 드물기 때문에 해결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생명의 삶을 도둑질하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애니멀호딩은 심각하게 생명권을 침해하고 박탈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예방을 위해서 정부에서 개체 수 조절과 질병 예방을 위한 중성화수술을 권장하여야 한다. 접종과 중성화수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의료 수가를 조정하여 문턱을 낮출 필요도 있다. 사회취약계층 반려동물의 의료지원을 확대해 동물복지를 높이고 계도해 나가야 한다.

올해 여름 온도와 습도가 높아 가려움이 절정일 때, 홍시는 반려동물복지센터를 떠나 우리 집으로 왔다. 홍시가 혼신을 다해 긁을 때 마다 나도 같이 가려워 죽을 것 같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여전히 얼굴로 웃을 수 없지만 항상 내 옆에 꼭 붙어 편안히 잠을 청하는 홍시에게서 고난과 풍파를 이겨낸 완숙의 달달한 홍시 향이 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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