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왕어르신 대국이,하철이와 함께 한 펜션 여행기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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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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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어르신 대국이와 임파선 종양 투병중인 하철이를 데리고 애견펜션에 다녀왔습니다.

대국이는 18살 이상 추정되는 노견으로 최근에는 치매 증상이 심해져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도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져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키는 것이 힘드니 누운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일도 생기고요. 몸에 손 대는 걸 극도로 거부하여 노견의 생존에 필수적인 눈 옆과 발바닥 털만 간신히 자르고 있습니다. 털 자를 땐 거부하는 힘이 헐크처럼 세지거든요.

2010년 입소한 대국이는 입소 당시부터 만병 종합세트였습니다. 피부와 귀는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염증 범벅이 되고 10년째 안구건조로 안약을 넣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담관, 담낭 질환으로 2차병원에서 큰 수술도 받았습니다. 이후 간수치가  높지만 약으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입소 당시 8살로 현재 18살입니다. 

하철이는 15살 정도로 나이를 추정하고 있는데 지난 1, 임파선 종양을 판정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상태는 턱,겨드랑이 등 임파선이 지나는 모든 부위의 임파선이 커져 있고 내부 장기로의 전이도 확인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현재 상태가 같은 질병의 다른 개보다 양호하다 하였지만 지금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병이 진행될 것이라 합니다.




입이 짧아져 맛난 것만 찾는 하철이가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려 하지 않는 식사를 찾았습니다. 그래도 혹 질려 할까봐 세 가지 레시피를 3일 간격으로 번갈아 대령하고 있습니다. 여러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 결과 푹~ 삶아서 믹서기에 간 크리미한 유동식을 너무 잘 먹습니다. 단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2일 이상 보관하면 싫어합니다. 신선하게 대령하라는 것이지요 ㅎ 퇴근하면서 자주 장을 보고 재료 손질하고 삶고 갈고 소분하고 쉴 틈이 없지만 한 그릇 뚝딱! 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모릅니다. 





애견펜션은 온센터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차를 오래 타는 건 노견들에게 힘든 일인데 다행이죠. 독채 형태의 우리만 사용하는 잔디운동장이 딸린 곳이라 가격은 사악합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어두운 노견들이 편히 쉬다 오려면 다른 개들과의 접촉을 피하는게 좋습니다

펜션으로 소풍이 정해진 날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갔을 때 보송보송한 잔디 마당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대국이와 하철이를 떠올리니 너무 우울했지만 다음 날은 맑게 개이기를 희망하며 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일은 예상대로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건강한 개린이들은 맞아도 되는 양의 비였지만 노견에겐 컨디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쉽지만 폴딩도어를 활짝 연 테라스에서 비 소리 들으며 나름(?) 운치만 있는 첫날을 보냈습니다

다음날까지 비 예보가 있었지만 새벽 녘, 미스트처럼 흩뿌리던 비가 완전히 그쳤습니다. 해는 나지 않았지만 야외에 있어도 춥지 않은 아침을 맞이 했고 오전 8시부터 11시 퇴실까지 3시간의 넉넉한 여유가 주어졌습니다.  



평균나이 15세 이상 노견들의 소풍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눈도 안보이고 귀도 어둡고 관절이 안좋아 뛰지도 못하지만 싱그러움 가득한 잔디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불어 오는 봄 내음 즐겼습니다. 포슬포슬한 잔디의 촉감이 발바닥을 가볍게 지압해 묵은 숙변까지 다 쏟아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운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노쇠해가는 대국이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하철이와 함께 한 펜션 소풍은 특별한 놀이 하나 없이 평범했지만 낯설지 않고 놀라지 않고 마음 편하게 보냈습니다. 두 녀석, 앞으로 남은 시간도 매일을 익숙한 편안함으로 보낼 수 있게, 불안해 찾아 헤매이지 않도록 늘 그 자리에 있어 주려고 합니다. 우리 대국이와 하철이 대부모님께서도 지금처럼 두 녀석 응원해 주십시오! 


대국이와 10년, 하철이와 4년 동거동락한 윤정임센터장이 대부모님께 두 녀석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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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정 2020-06-01 16:33 | 삭제

사진으로만보게되어 미안합니다 ㅠ.ㅠ 매번가봐야지하지만 시국이 또 시국이니만큼 외부와의 접촉도 불안할꺼라 생각되어서 어디가기가 선뜻 불안해서요 아이들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대국이와 하철이가 남은 견생에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될수있음이 영광입니다


HS 2020-06-01 16:36 | 삭제

대국이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기를 바랍니다


김은진 2020-06-01 16:48 | 삭제

한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무지개 건넌지 벌써 4년된 울 똘이랑 많이 닮은 대국이가 남같지 않아여. 무지개 건너지 않았음 대국이 보다 1살 어린데~~^^ ㅎㅎ 똘이도 종합병원으로 지내다 마지막 1년은 먹는 것도 넘 줄고 입원할 때마다 살이 쭉쭉 빠져 넘 속상했는데 하철이가 맛나게 유동식 먹는다니 정말 기쁩니다. 울 똘이도 이틀이상 냉장고 있던거 싫어하고 매끼니 다르게 조리해줘야 그나마 먹었는데.... 시츄들이 비슷한가봐여. 남은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내다 천천히 무지개 건넜으면 합니다.🐶❤


하철이를 사랑하는 대부모 2020-06-01 17:02 | 삭제

아이들 좋은시간 보내는 모습 자세히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늘 이 자리에서 하철이가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수있도록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하철이 대부모 2020-06-01 21:03 | 삭제

안녕하세요, 이렇게 하철이와 대국이 소식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저희집에서도 19년 넘게 키운 막내(강아지)가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마음이 많이 힘들던 시기를 지내고있어 하철이에게 많은 관심을 못둔것 같아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하철이,대국이 다부지게 잘 챙겨주시는 동자연 분들께 감사의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이나마 하철이에게 결연으로나마 제가 도움이 된것 같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습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하철이,대국이 잘 부탁드리오며 동자연 여러부들도 건강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하철아 힘내자!! 사랑한다♡


문수영 2020-06-02 21:18 | 삭제

안녕하세요 대국이 대부모 문수영이라고 합니다 대국이 소식 들어서 반갑네요^^ 2017년 결연의 날 행사에서 대국이를 만났는데 그때보다 노쇠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센터 직원 분들이 정성으로 돌봐 주셔서 참 다행입니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지구에 사는 동안 서로 아껴 주면서 좋은 추억 남길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항상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