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온센터에서 평생을 보내온 진구가 별이 되었습니다.



2011년 구조되어 온센터에서 평생을 보내온 진구가 별이 되었습니다.


진구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개였습니다. 흔히 낯을 가리거나 경계심이 많은 개들과는 달랐습니다. 구조된 이후 15년 동안 진구는 끝내 사람의 손길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진구는 보호소에서 유일하게 오랫동안 '만질 수 없는 개'였습니다. 활동가들이 일상을 돌보는 과정에서도 언제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습니다.(2011년 당시 진구 보러가기)



그렇다고 해서 진구의 삶이 두려움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과 가까워지지 않았을 뿐, 진구에게도 익숙한 일상과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 쉬고, 익숙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 진구만의 안전한 일상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구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많이 든 이후에는 입마개를 착용한 상태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구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큰 변화였습니다.

어느덧 15살이 된 진구는 몇 개월 전 다발성 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이미 전신으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신장과 심장 상태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무리한 치료보다는 진구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곁을 지켰습니다. 병은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꿨고, 최근에는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진구는 끝내 사람의 품을 편안한 곳으로 여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구를 떠나보낸 후, 활동가들은 처음으로 진구를 품에 안아 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친구였기에 그 마지막 인사는 더욱 먹먹하게 남았습니다.

오랜 시간 온센터의 한자리를 지켜준 진구를 기억하며, 진구와 함께했던 활동가들의 편지를 전합니다. 진구를 함께 기억해 주세요.

하린 활동가가 진구에게 

아직도 맹한 표정으로 더 맛있는 간식은 없는지 기웃거리던 진구가 떠올라. 고구마 간식은 절대 먹지 않았고, 새로운 이불이나 쿠션을 깔아주면 볼트에게 자리를 뺏기더라도 이내 다시 차지하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누워 잠들던 너를 몰래 지켜보며 행복했단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도 맹한 표정으로 또각또각 걸어와 인사해 줘, 진구야. 또 보자.

태인 활동가가 진구에게 

진구야, 너와 더 친해져서 네가 마음 편하게 내 옆에 함께 있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언젠가는 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끝내 보지 못한 채 너를 보내게 되어 마음이 많이 아파. 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이제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야 해. 다음 생에는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랄게. 수고했어, 진구야.

준호 활동가가 진구에게

오랜 시간 센터에서 지내면서도 세상을 향한 경계심을 놓지 못했던 너. 하지만 그 모습 또한 진구였고, 우리는 그런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어.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낯선 발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걱정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어!


진구를 함께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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