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는 9월 25일, 경기 연천군 농가에서 사육되던 곰 10마리를 전남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로 안전하게 이송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매입 계약 체결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이번 이송은,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곰 사육 산업이 종식을 앞둔 가운데 실제로 곰들이 철창을 벗어나 보호시설로 옮겨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구출된 곰들은 오랜시간 좁은 뜬장에서 ‘웅담 채취용 곰’으로만 취급되며 살아왔다. 그러나 보호시설에 입식한 이후 곰들은 처음으로 흙과 풀을 밟고 햇볕이 드는 공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은 환경부와 구례군이 함께 조성한 국내 첫 공립 생츄어리로, 총 49마리의 곰을 수용할 수 있으며 현재 단계적으로 곰들을 입식시키기 시작했다. 시설은 야외 방사장과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어 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수의사와 사육사의 돌봄 속에 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다만 당초 계약한 12개체 중 2개체가 마취와 운송 과정에서 사망했다.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제대로 된 건강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노령의 개체들에게 마취와 장거리 운송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남은 곰들의 구조 과정에서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정부와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대 초반 법제화된 곰 사육은 ‘웅담 채취’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곰들을 비좁은 철창 안에 가두어 고통을 안겨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 끝에 2023년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2026년 1월 1일부로 곰 사육과 웅담 채취, 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제도적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재 약 240여 마리의 사육곰이 전국에 남아 있으며, 시민단체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매입하고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건립 중인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는 전체 개체를 수용하기에 부족해, 추가적인 보호공간 마련과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에 입식한 10마리 곰은 더 이상 도축의 위협에 내몰리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참여 단체들은 “이번 구출은 단순히 10마리 곰의 삶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남아 있는 모든 사육곰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곰 사육 종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붙임] 연천 사육곰 구조 현장 사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