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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열 다섯인지, 열 여섯인지 나이조차 헷갈리는 오랜 할배 개 가족이 있습니다.
조카가 태어나고 맞벌이 하는 동생네 부부 대신 부모님이 조카를 맡아 기르게 되었죠.
그게 3년 전이었는데 아마 그때부터였나봅니다.
외로움을 타고 먹을 것에 더 집착하고, 그럴수록 부모님은 할배 개가 성가실 수 밖에 없었겠죠.
몸이 아파 병원에 가도 온갖 검사를 노견에게 시킬 수도 없고, 또 사실 할배까지 챙길 가족의 여력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구토가 잦아졌습니다.
속이 안 좋은가보다 적게도 줘보고, 굶겨도 보고, 속이 안 좋으면 안 먹으려나 했지만 식욕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사이 조카와 할배 모두를 돌봐야 하는 엄마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원체 몸이 약했던 엄마는 슬슬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아빠의 해결책은 안락사였죠.
하지만 말이 그렇지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그게 쉽나요.
 
그렇게 가족의 불화를 한 고비 넘겼다 싶었는데 몇 일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 토하고 검은 설사를 한단 얘길 들었습니다. 가끔 피가 섞이기도 한다고요.
아 이제 정말 가려나보다...
제가 가 보니, 빈 속이니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투명한 액체를 여러 번 토하고 새카만 물똥도 새벽 내내 쌌습니다.
급한 마음에 설탕물, 소금물을 번갈아 먹이고 미음을 조금씩 먹이자 서서히 눈빛이 변했고 없는 기운이지만 먹을 것에 대한 의욕을 다시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이렇게 호전시켜 갈 생각은 있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할 생각은 없습니다.
결국 아빠는 또 안락사 얘기를 꺼내는데 어쩌면 엄마도 동의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직장 문제로 원룸에 혼자 살고 있어 데려갈 수 없고, 그럼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차라리 미음이고 뭐고 먹이지 말껄, 내가 집에 있을 때 떠나는 걸 봐 줄껄 싶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입니다.
 
결정은 결국 저희가 내려야하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노견과 함께 사는 것이 처음이라 더더욱 어렵습니다.
정말 너무 어렵고 마음이 아픕니다.
 
 



댓글

조희경 2015.06.09

지금 생기는 모든 일이 노령견을 키우며 생기는 일을 겪고 계시는 겁니다. 때문에 어찌보면 이것도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셔야겠지요. 저 역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령견때문에 6개월 간 새벽에 온 집안 청소를 다 하고 아이 목욕시키는 일을 되풀이했었는데, 그 때 정말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고영화님께서 느끼는 번민을 너무 잘 압니다. 그런데, 아이가 검은 변을 싼다는 것은 어쩌면 생명이 다 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어떨까요? 물론 가족들의 고통을 너무 잘 압니다. 그렇다면, 노령견이라서 헛짖음이 없을 터이니 당분간만 고영화님 원룸에서 돌봐 주시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보세요. 안스러운 것은, 고영화님과 가족분들도 힘 드시겠지만, 그 아이도 눈치가 빤해서 자신이 애물단지가 된 것 같은 것을 다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여러 상황상 도저히 돌봐 주시기 힘들다면, 아이의 평안한 영면도 고려해보십시요... 영화님 품 안에서요. 이미 상당 기간을 살았고 지금은 영면을 준비하는 때이니 어쩜 더 고생 안하고 쉬게 해 주는 것도 많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 했는가?를 살펴보신 후 조금의 틈이 아직 남아있다면, 보듬었다가 영면에 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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