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글쓰기
유리도 저희품을 떠났습니다.

유리도 저희품을 떠났습니다.

아래 태풍이에 이어 저희 유리도 그제 새벽에 별이 되었습니다.

동자련에서 입양한 둥이에 이어 임시보호라는 명목으로 가족의 허락도 받지않고 데려온 유리가 저희집에 발을 들여놓은 지 12년이 지났네요. 

외모가 이뻐서 바로 입양되리라 믿었는데 유리가 일반적인 반려동물과 많이 다름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학대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가 가장 크겠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극도로 예민하고 자기 중심적이기까지 하여 소위 말하는 문제견의 총체적 집합체로 보이는 아이를 다른이에게 입양보낸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임시보호를 접고 정식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이 독단적인 결정이 옳았던건지 아니었던건지는 저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리로 인해 지난 시간 제가 저희가족을 많이 힘들게 했으니까요..

사람과 소통자체를 거부하고 자신의 집밖으로 나오는것조차 거부하던 아이가 데려온지 정확히 1년이 훨씬 지나서야 저를 쳐다보고 희미하게 꼬리를 흔들더군요..

그때의 감동이란..

그 이후 꾸준히 애정표현을 해줬더니 유리도 저희 가족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빠를 빼고..

사람 우위에 서 있으려는 동물을 길들이지 못하고 싫은 사람앞이거나 원치않는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물려고 이빨부터 드러내는 유리를 콘트롤 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을 내면 아파트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다 실신직전까지 가기가 일상 다반사라 혼내는것도 불가능할 정도였으니 무조건 어르고 달래다 보니 사람이 동물에게 끌려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용도 마취 미용이 아니면 불가능했고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조그만 녀석이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질러 결국 성대수술까지 시켰습니다. 동자련 회원이 반려동물에게 성대수술이라..  이 결정 하기까지 가족과의 불화가 엄청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리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이 편했던 시간이 유리가 노환으로 눈과 귀가 멀어 예민함이 잦아 들기 시작한 지난 일년 전 부터입니다. 

그런 지난 일년간 저희 엄마가 대소변과 매끼니를 여행도 마다하시고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면서도 제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음을 저도 속으로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제게..  유리가 미운짓만 한거 아니다.. 전화오면 전화받으라고 달려와서 알려주고.. 나갔다 들어오면 안아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이쁜짓도 많이 했었다.. 그러시더군요..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제가 그동안 유리를 미워했던게 너무 미안해져서 눈물이 나더군요.. 일반적인 강아지와 달랐지만 다른만큼의 새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웃음과 기쁨을 준 아이였었는데도 조금만 미운짓 하면 그걸 제가 잊어버렸던거죠..

누구보다 유리때문에 힘들어하셨지만 유리가 그 와중에 제일 믿고 의지한건 엄마뿐이었음을 엄마도 잘 알고 계셨기에 애틋한 마음도 가장 컸음을 그때야 알았습니다. 유리에게 진정한 주인은 엄마뿐이었을거여요.

기력없이 누워서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면 예전에 미웠던 맘은 사라지고 조금만 더 오래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치만 마지막 가는 이삼일 전에는 물한모금 넘기지 못하고 힘없는 모습으로 눈물만 글썽일때는 보내줘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리고 그제 새벽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유리는 저희 가족에게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생각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가족.. 집안에 속은 썩이지만 그렇다고 내칠수도 없이 끝까지 거둬줘야 하는 가족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너무 뒷담화를 많이 해서 유리가 서운해 할거 같아요..

유리가 이제는 맘 편안히 하늘에서 이런 못난 저를 지켜봤으면 좋겠네요.




댓글

bluecat07 2013.11.25

저도 눈물이... 하지만 사진은 나 까칠하지만 가족있다라는 당당함이 느껴지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유리도 감사할거예요~


홍현진 2013.11.20

아 유리가 떠났군요.. 이제서야 이 글을 봤네요.저도 훌쩍이며 글을 읽었네요. 정말 가족분들 정말 힘드셨을텐데.. 그리 품어주셨으니 유리도 이제는 그 맘 다 알겁니다. 유리가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페북 쪽지로 난이 소식 전해주셨는데, 유리 소식도 모르고 난이 얘기만 했네요. 제가 지워드린 짐. 난이 녀석때문에도 많이 힘드실텐데..ㅠㅠ 해숙님 그리고 가족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이수정 2013.11.20

가족분들이 많이 힘드실텐데 힘내세요..


김성후 2013.11.19

힘내세요 흐윽 ㅠㅠ


박경화 2013.11.19

유리 이야기 그래도 만나면 들었는데... 어느새 유리도 떠났군요. 서해숙님 글 읽으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날까요... 상황과 그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그런 거 같아요. 가족분들께 감사드려요.


김남형 2013.11.19

서해숙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유리 행복하게 지내다 갔으니 지금도 편안하게 잠들었을 거예요...


이기순 2013.11.18

유리도 갔군요.. 서해숙님, 어머님. 감사와 위로를 함께 보냅니다. 유리야, 평안해라. _()_


최란숙 2013.11.18

한없이 착한 아이나 까다로운 아이나 함께한 아이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그 맘 다 아실거예요.. 유리 얘기 잠깐 들었을때 참 힘드시겠다 했는데 녀석 그래도 사랑 많이 받고 천수를 누렸네요 유리의 복이겠죠. 미운정 고운정 다 드신 해숙님과 가족분들 슬픔이야 이루말할 수 없으시겠지만 그래두 힘내시구요 그동안 애써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김시정 2013.11.16

유리 처음 왔을때 기억나요~ 벌써 12년전이었군요.. 참 이별이란 항상 힘든 숙제 같아요.. 마음 추스리시구 어머니도 많이 달래 드리시길... 유리 좋은 곳 갔을꺼예요..


강금양 2013.11.16

유리가.엄마에게사랑을많이받고행복하게살았다고.엄마에게감사한마음을가지고떠났을검니다.저도14살된강지를보내고지금강지가한달만있음9살이네요.시간이갈때마다걱정이되요.유리엄마힘내세요


강연정 2013.11.15

유리도 떠났네요...그래도 태풍이와 함께 가는 하늘나라길이라 외롭지는 않겠어요...마중 나와줄 친구들도 있을 테고... 가족분들 모두 기운 내세요...


안혜성 2013.11.15

유리가 떠났군요. 더 좋은 곳에서 좋은 인연받아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이현숙 2013.11.15

유리는 최고의 가족을 만난 거였어요. 해숙님과 가족분들 모두 그동안 참 애 많이 쓰셨고 그 고생이 유리의 평생을 환하게 비춰주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유리야 좋은 곳에서 평안하렴...


최지혜 2013.11.15

눈물이 핑..도네요.. 유리야..잘가라~하늘나라에서 즐겁게 뛰어놀아라.


이경숙 2013.11.15

ㅠㅠ...해숙님...어머니랑 온가족들이 그동안 유리를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품었는지 알겠습니다...유리도 고마운 마음 한가득 안고 갔을 거에요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 기운내세요 ..넘 많이 슬퍼하시면 유리도 더 많이 울 거에요 ㅠㅠ


조지희 2013.11.15

유리가 갔군요..성격이 일반적이지 않던 녀석을 이렇게 온 가족이 품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길거리에서 구조되어 최고의 가족을 만나 마지막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께도 꼭 위로의 말씀 전해주세요.


홍현신 2013.11.15

저도 눈 앞이 뿌옇게..ㅠㅠ 감사하고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진주초롱 2013.11.15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흘려내리는 눈물로 모니터 글씨가 보이지 않네요....ㅠㅠ


서해숙 2013.11.15

그러게요.. 유리로 인해 의도치 않은 불효를 한건 분명하네요.저도 얼굴을 못들때가 많았어요.. ㅜㅜ


조희경 2013.11.15

에고..토닥토닥... 유리로 인해 어머니께서 얼마나 육신과 정신이 얼마나 고단하셨을지... 문제 행동을 하는 애를 경험하지 않은 분은 뼈 속 깊이 이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어머님께 그동안 애 많이 써 주셔서 감사 인사 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남의 일 같지 않은게, 시집 안 간것도 불효인데 속 썩이는 일까지 얹혀 드리는 건 뭔지 모르겠엉~헝~~ )


후원 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