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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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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멋진 성탄 선물 (1)

지난번에 올린

철사에 주둥이가 묶여져 버려진

슈나우저 철사 이야기이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느 새 이틀이 흘렀지만

그 감동에 아직도 가슴이 저리다...

 


지난 월요일

콜리 자키 아빠 김성돈님을 동물병원에서 만나

(중성화수술한 철사의 실밥을 풀어야 했다)

슈나 (철사)를 가슴에 안겼다.

농장이라 추울까 봐

색동색 알록달록 줄무늬가 있는 두툼한 옷을 하나 사 입히고

밝은 하늘색 어깨줄까지 하나 사서 채우고

목걸이를 하나 새기려는데 자키아빠가

딸과 같이 이름지어 새기겠다고 해서

그러시라 했는데 웬지 조금 불안하다.

 


한 달 가까이 데리고 있던 예순넷 권선생님의 품에서

안떨어지려고 얼굴을 파묻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몇 달 동안 못본 자키도 보고 싶기도 해서

자키 아빠가 앞장서고

우리 둘은 뒷차로 농장까지 따라갔다.

 


지난 초여름의 농장은

신록이 무르익고  앵두며 오디가 한창이라

아름다움에 마음까지 푸근했는데

한겨울의 농장은 헐벗은 나무에 차가운 바람에

을씨년스럽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차를 마을 주차장에 세우고

철사를 내가 데리고 농장까지 갈 때

철사는 안절부절하며 계속 권선생님만 찾으며 뒤돌아본다.

결국 목줄을 권선생님께 넘겨주니 편하게 걷는다.

 


자키는 농장 한가운데

커다란 집과 그 집을 둘러싼 작은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털이 많이 풍성하고 건강해 보인다.

자키야~ 부르니 컹컹 짖으면서도

꼬리를 치는 게 마냥 순해빠졌다.

 


만들어 놓은 바깥 식탁에 앉아

우리 세사람과 자키와 철사가

갖고간 빵을 나누어 먹으며 얘기를 조금 나누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

두고 가는 우리 마음을 더 차갑게 한다.

상처가 많은 아이니 제발 잘 거두어 달라는

부탁에 또 부탁을 하고

혹여나 철사가 권선생님을 따라나오기라도 할까 봐

권선생님이 먼저 살짝 나가고 내가 뒤따랐다.

 


권선생님은 울고 계셨다.

자키 아빠가 잘 키워 줄 거니까 걱정마시라고 하면서도

이상하게 내내 마음이 편편찮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둘다 웬지 모를 불안함을 토로했지만

(그 곳이 자키아빠가 상주하는 곳이 아니고

메마르고 추운 계절의 영향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뭔가가 편편찮았다)

애써 그 기분을 털어버리려고 했다.

 


이틀후

유기견 슈나를 원하는 분의 부탁전화를  받고

(입양 조건이 농장보다 나은 것같기도 했고

이 분은 내가 잘 아는 솔로인 지원씨다)

입양보낸 지 얼마되지 않아

내가 자키아빠한테 전화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 분한테 직접 자키아빠한테 전활해서 부탁드려 보라고 했다.

 


그 분이 어렵게 자키아빠랑 통화 후

그 분이 나한테 전하기를

철사를 양도하겠다고는 하는데

내일이라도 바로 데리고 가면 안되겠냐는 부탁에

토욜이나 일욜쯤 자기가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하더라기에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뒷통수를 탁 치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혹 철사가 그 농장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으로

가슴이 쾅쾅 소리를 내고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다.

그래도 자키아빠를 믿으니 별일 없을 거야 하며

가슴을 몇 번씩 쓸어내리며 애써 진정시켰다.

 


권선생님께 전활하니

마침 내일 자기도 그 부근에 볼일이 있기도 하고

떼어 놓고 온 철사가 못내 보고 싶어 농장에 가보겠단다.

 


다음날 (목욜)

나는 예정된 종합건강검진을 하느라

검진센타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중에

권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이선생아~ 이 일을 우짜노~

철사가 없다~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보이

빨간 옷입고 퍼런 목줄을 질질 끈 개가

며칠 전부터 동네를 돌아댕기더라꼬 하는데

이 일을 우짜믄 좋노~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다 캄캄해 온다.

마침 검진이 거의 다 끝나가기에

권선생님한테 마을 곳곳을 계속 찾아보시고

이장님을 찾아 방송도 부탁드리라 하고

마치는 대로 바로 가겠다고 했다.

일초가 일년같다.

 

자키 아빠한테 폰으로 계속 연락을 해도 전활 받지 않는다.

집으로 전활 해서 장모님으로부터 부인 연락처를 얻어 통활하니

부인도 철사를 데리고 온다는 말만 듣고는

그 이후론 아무 것도 모른단다.

혹 자키아빠한테 연락이 되면

이런 사정을 전하고

같이 찾게 꼭 연락을 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 아무런 연락이 없다.

 


기다리던 검진이 끝나자

차를 안갖고 왔기에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농장까지 달렸다.

그 곳은 경남이라 택시비가 비싸다는 기사말에

사정을 대충 설명하고 빨리 가자고만 했다.

 


권선생님의 얼굴이 새파랗다.

마을벽 곳곳에 내 폰번호와 권선생님 폰번호가 적혀 있었고

마을 사람 (주로 노인들)들한테

일일이 철사를 설명하고 전화번호를 드렸다.

우리가 인계한 그 다음날부터 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

본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배고프고 추웠을까 싶어

가슴이 다 아리다. 내 발등을 찍고 싶다.

마침 옷을 사 입혔고 목줄도 하고 있어서

사람들 눈에 잘 띄어 다행이었다.

 

그 곳은 천성산 고속철 공사 구간이라 공사장이 곳곳이다.

권선생님과 내가 나누어져 찾기로 했다.

마을 뒷산을 오르는데 초등학교 여학생 둘이 철사를 보았단다.

고맙게도 아줌마 같이 찾아드릴까요란다.

그 마을을 잘 모르니 같이 산부터 올랐다.

오늘 아침에도 산중턱 공사장에서 보았다기에.

계속 오르면서 철사야~ 철사야~ 같이 외쳤다.

(사실...이 삭막한 이름도 참 미안하다. 그 기간 동안

권선생님댁에 데리고 온 유기견들이 많았기에

우리끼리 그냥 편한대로 불렀던 이름인데

정말 이쁜 이름을 지어야겠다)

공사장 인부들한테 일일이 전화번호 적어 주고

만나면 먹을 것을 주면서

꼭 붙잡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산은 많이 가파르진 않았지만 미끄러워 몇 번을 넘어지고

가시덤불에도 찔리고 물에도 빠지고 힘들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다.

머릿속 한가득 그 불쌍한 아가 생각뿐이다.

 


두어 시간을 헤매었는데

마을길로 접어드니 공사장 아저씨 몇이 날 보고 소릴친다.

저~쪽 전봇대 밑에 조금전 앉아 있는 걸 보았단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나도 몰래 내달렸다.

아저씨 어디요~  날 따라오는 아이들도 같이 달린다.

전봇대가 어디 하나둘이어야지

마을 끝쪽 전봇대란다.

그 쪽을 향해 다시 달린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인데 왜이리 안보이지

가슴이 답답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세상에~ 배추가 다 뽑히고 몇 포기 안남은 그 밭 구석에

철사가 오도마니 앉아 있다.

 

너무 반갑고 급한 마음에 철사야~ 목이 터져라 외치니

날 보더니 몇 걸음 다가오다가 바로 뒷걸음질이다.

처음 제보자와 만나서 데려왔고 권선생님댁에도 자주 가서

날 잘 알지만 그 날의 철사는 달랐다.

나도 첫주인처럼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사실 이것이 가장 마음아프다.

그토록 큰 상처를 가진 아이라 사람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었을까

그래도 내 생각만으로 나한테는 신뢰를 보일 줄 알았다)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막다른 밭에서는 잠깐 날 보고 망설이더니 결국

개울쪽으로 몸을 던져 물에 옷이 첨벙첨벙 젖은 채

다시 달아났다.

 

급한 마음에 권선생님한테 폰을 누르다 말고 던지고

철사를 목터지게 부르며 같이 달렸다.

때마침 부근에 권선생님이 보여 고함을 쳤더니

선생님도 우리쪽으로 달려오는데

(권선생님은 평소에 심장이 안좋아 계단만 급히 올라도 쌕쌕거린다)

철사는 마을앞 산쪽으로 멀리멀리 달아나버리고

곧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권선생님은 멀리 달리는 철사의 뒷모습만 보았을뿐...

 


조금만 내가 지혜롭고 침착했으면 잡을 수 있었던 아이를

눈앞에서 놓치고 나니 더 안타깝고 허탈하고 미안하다.

어리석게도 난 내가 부르면

별저항 없이 나한테 당연히 다가올 줄 알았다.

그렇게 빨리 만날 줄 모르고

유인용 먹거리도 하나 챙기지 않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이름만 부르며 오라고만 했다.

 


철사가 모습을 감춘 앞산을

선생님과 함께 뒤지기 시작했다.

계단식 논이 많고 억새가 우거진 밭도 많고

산정상 부근에는 소나무숲이다.

오르락내리락 같은 길을 가고 또 가도 보이질 않는다.

이편저편으로 나누어 외치며 찾다가 같이 만나서 찾기도 했다.

가시덤불이 많아 상처를 입고 위험한 고랑에 빠지기도 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사람이 무서웠으면 이리 정신없이 달아날까 싶어서.

날은 어두워오고 춥기도 하고 옷은 물에 젖었고 배는 고플텐데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힘겹게 쌕쌕거리며 산을 오르내리는

권선생님보기가 너무 미안하다.

한 달이나 맡겨 놓았었고

입양시킨 것이 또 이런 황당한 일을 겪게 해드려.

찾아 헤매는 동안 억새풀 사이로 뛰는 모습이 잠깐 보여

개울에 빠지면서 잠깐 허우적대고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 곳에도 흔적이 없었다.

 


어둠이 내리고 우리도 지칠대로 지쳐

일단 내일을 기약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중간중간 자키아빠한테 연락을 해도 내내 전활 안받는다.

마음이 더 무겁다.

제대로 보호해 주질 못하겠으면

아예 데리고오라고 하지나 말지 하는

원망과 섭섭함도 가득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애써 내 맘을 달랬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폐가에서 하루정도 묶여 있는 걸 보고는

내내 마을로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는 거다.

(나중 자키아빠 해명으로는 폐가에 후배가 있었는데

그 사람한테 돌보라고 맡겼다가 이런 일이 생겼단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일터에 돌아와 남은 두어 시간을 일하는데도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워 죽겠다.

이 날 저녁은 우리 일터 식구들 회식날인데

도무지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질 않을 것같다.

검진하느라 그전날 밤부터 굶어 몇 끼를 걸렀는데도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일하고 있는데 지원씨한테서 전화가 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발을 동동 구르며 오늘밤에 자기도 도울 테니

밤에 한번더 그 곳엘 가잔다.

시간이 흐르면 영원히 못만날 수도 있고

불쌍한 아이를 하루바삐 만나야 된다고.

 

체력이 바닥난 권선생님한테 차마 말을 못하겠다.

그 동안 철사를 보호하고 계셨기에

그 어느 누구보다 권선생님이 필요했다.

우리를 보면 달아나도 권선생님한테는 안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부탁을 드렸다.

 

고맙게도 남편이 회식을 취소하고

밤길 운전과 찾기에 도움을 주기로 했고

냄새로 유인을 하자는 생각에

휴대용 버너와 후라이팬, 주물럭돼지고기, 닭고기를 샀다.

사람도 먹어야 하기에 김밥도 여러 줄 샀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춥고 어둡고 마음도 아파서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계속 불판에 고기를 구워 냄새를 피우고

어두운 길이지만 산길이며 마을길을

또다시 부르며 찾고 또 찾아도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몇 시간을 네 사람이 헤매고 헤매다가

결국 다시 철수했다.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고마운 남편한테 밥이라도 먹여야 해서

부리나케 밥을 안치고 김치를 볶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내가 피곤하다고

바깥에서 파는 비빔밥을 사서 갖고 왔다.

 

우리집 아그들 다섯과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는데

남편은 나한테 야단을 친다.

개도 소중하지만 권선생님 건강이 우선인데

그렇게 몸이 안좋은 분을 무리시켜서 어떡할 거냐며

나의 다혈질과 어리석음을 잠깐 나무란다.

하긴 맞는 말이다.

 


자키아빠랑 통화를 시도해 보니

수화기가 꺼져 있단다.

(나중 얘기론 그 날 폰을 잃어버렸단다)

할 수 없이 부인과 다시 통활 해서

내일이라도 꼭 직접 통화하고

협조해서 찾아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밤 1시건 2시건 자키아빠가 오는대로

전활 달라고 해도 연락이 없다.

마루에서 우리 아그들과 잠깐 눈을 붙이고 눈뜨니 2시 반이다.

몸은 너무 피곤한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고

눈앞에서 사라진 철사의 겁에 질린 얼굴만 자꾸 떠오른다.

아이구~ 가슴이야~

 


 




댓글

홍현신 2004.12.28

ㅠㅠ


이경미 2004.12.26

가슴이 콱 답답해지네요..사람을 믿는다는것에 회의감이 또 들고...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속상합니다. 정말.....


조지희 2004.12.26

코앞에서 또 그렇게 가버린걸 보셨으니 맘이 또 얼마나 내려앉으셨을까요.. 날도 점점 차가워지는데...고생너무 많으셨어요.. 아래글보니 찾은거네요..정말 너무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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