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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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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나날들

나는 세상을 조금씩 돌아볼 나이가 되었을 즈음에.. 그러니까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고 좀 성장한 후에, 그즈음이었던 같다.

동네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8~10년은 위였음직했다.
동네 길을 가다가 그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순간 작은 혼란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갈등을 하곤 했다.
내 건강한 두 다리로 그 아저씨를 앞서 가기가 미안스럽게 여겨져서 였다.
그랬었다. 그 이후에도 불편한 다른 이들을 만나면 그랬다.

예전에 살던 동네엔, 허리가 꼬부라진 70을 넘긴듯한 할머니가 리어커를 끌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주우며 다녔다.

내 전문직에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고 내 하얀 첫차를 처음 몰고 다닐 그때, 그래 정말 그 삶 자체가 폼과 같이 여겨지기도 했던 그때,  출근길에서 그 할머니를 만나면, 그 할머니 앞을 휭~하니 지나가는 것이 마냥 부끄럽기만 했다.
정말 그랬다. 어쩌다 인간성 회복이나 한번 할듯한 마음에 욱하는 심정에서가 아니라.

글을 쓰다보니 왠지 스스로 선한 구석이 있음을 내세움에 도취되어 있는 듯하여 이 또한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러나 나는 비겁한 사람. 마음이 동하는 만큼 행동하지 못함이 어찌 아니 부끄러울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이고 진 저 늙은이 그 짐 벗겨 나눌 손도 못내민 것을.

마음만 이리 동동구르는 것 처럼 죄악도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 하였거늘, 구슬이 서말인들 무엇하나? 꿰매야 보배인 것을. 보이고 느꼈는데도 불구하고 행하지 않았으면 모르는 이 보다 더한 파렴치한이지.

나이가 40을 넘기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지만.
뒤에 남겨두어 마음에 안타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님의 애끓을 마음과 남겨질 내 새끼들이 마음에 걸리긴 해도.
그런데 지금은 내 삶의 목표와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동물단체가 사회로부터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되기만을 향해 기를 쓰고 가고 있다.
단체의 안정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럼으로 인해서 동물들을 대변하는 소리가 정확하게 인식되어지고 더 확산되어 그들의 대우가 달라지게 하기 위해서.
그러는 가운데 사소한 일은 아니지만 작은 일들에 마음을 부여잡고 당황하지 않으려 했고, 그러다보니 오해받을 일도 쉽게 만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어떤 이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자기 희생이 강할 수록 자아 만큼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한다더라. 그래서 동물단체 내부에서는 늘 자아를 사수하는 충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직 모든 것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도 못했으니. 개개인은 사회에서 뛰어난 인재일 망정.

그렇게 때론 거친 과정을 헤치며 동물단체 자리잡자는 일념으로 겨우 여기까지만 와 있는데, 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나를 불러대는 \'떠돌이 개\'때문에 마음이 너무 저리다. 저 만치 물려버린 듯 한데 어느 새 또 와 있다.
최근들어 유난히도 이 녀석들이 내 애를 저며내는 듯 하더니 드디어  오늘은 차밑에 끼어 구르게 된 녀석을 만났다.

교회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가던 길에 아버지 말씀이, 조금만 있으면 죽을 것 같이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도로에서 우왕좌왕하던 녀석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나는 못보았다.
아버지를 집에 내려드리고 다시 교회로 가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두 시간 후쯤에 그 길을 가다가 아버지가 말씀하신 듯한 그 녀석을 보게 되었다. 정신이 나간 녀석인듯도 할 만큼 도로에서 우와좌왕했다.

급히 차를 세우고 잡으려하니 사거리 건너편으로 가버렸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잡으려 했건만 야속한 녀석은 잡혀주지 않은 채 섣불리 마음을 쓰게 만들지 않았다. 사람을 경계하니 그대로 달리는 차안으로 뛰어들까 내심초사하며 조심스레 녀석을 대하는데 결국은 지나가는 차밑으로 빨려들어갔다.
순간 얼굴을 돌렸으나 곧바로 다시금 보니 차 밑에서 이녀석의 몸이 머리에서 등, 엉덩이로 이어지며 두어바퀴 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죽지도 않았고 심한 외상의 흔적없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였다.

그래도 분명이 다쳤을텐데.
만감이 교차했다.
솔직히 난 차를 급히 세우는 순간, 저 녀석을 또 사무실로 데려가야 하나 이렇게 한두머리 채워서 될일인가?
그래 내가 너를 더이상 공포와 혼란으로 방황하지 않게 해준다. 내 품에서 보내주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그렇게라도 살아갈 것을 선택할 것일까?

그렇게라도 살아가게 내두어야 하는가..극심한 공포감을 가진 채 쓰레기 봉투나 뜯으며 살아가도 생명만 부지시켜주면 되는 것일까?
저런 모진 과정을 거치며 이 험한 세상을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자위해야 하는 것일까?

요즘들어 이 풀지 못할 숙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보려하니  잠 이룸이 더 힘에 겹다.




댓글

오명희 2004.12.20

솔직히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갑갑하고 화가 나고... 그런 마음 뿐입니다. 이젠 사람들까지 싫어지려고 해요.


박성희 2004.12.20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저녀석의 앞날은 어찌될지 ㅠ.ㅠ 아니 이땅의 모든 동물들의 앞날이 아직은 깜깜하네요 ㅠ.ㅠ


이경숙 2004.12.20

대표님....마음....충분히 헤아려집니다....ㅠ.ㅠ...


조지희 2004.12.19

ㅜ_ㅜ 슬퍼지는 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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