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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퍼옴)한국인들은 개를 좋아한다

한국인들은 개를 좋아한다


이인식·과학칼럼니스트

입력 : 2004.07.16 09:27 18\' / 수정 : 2004.07.16 17:31 47\'
 
 ▲ 이인식·과학칼럼니스트 
 
 
한국인들은 개를 좋아한다
초복을 며칠 앞두고 식도락가들은 벌써부터 보신탕 생각으로 군침을 삼킨다. 복날에 개 패듯 한다는 말이 있다. 삼복 더위에 얼마나 많은 개를 몽둥이로 도살했으면 이런 끔찍한 비유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끼어들었을까.

인류와 개는 13만 5000년 전부터 더불어 생활하며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개들은 다양한 몸짓으로 뜻을 나타낸다. 주인과 장난칠 때는 눈맞춤을 하면서 귀를 세운다. 꼬리를 두 다리 사이에 집어넣고 시선을 피하면서 몸을 낮출 때는 항복했다는 신호이다.

매 맞아 죽는 개들은 슬픈 비명을 지른다. 요컨대 개들은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

사람이 정서를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생물학자들은 동물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를 꺼려했으나 최근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물행동학과 신경생물학 연구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증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은 1차 감정과 2차 감정으로 구분된다. 1차 감정이 본능적인 것이라면 2차 감정은 다소간 의식적인 정보처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1차 감정은 공포감이다. 공포감은 생존 기회를 증대시키므로 모든 동물이 타고난다. 예컨대 거위는 포식자에게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새끼일지라도 머리 위로 독수리를 닮은 모양새만 지나가더라도 질겁을 하고 도망친다.

한편 2차 감정은 기쁨, 슬픔, 사랑처럼 일종의 의식적인 사고가 개입되는 감정이다. 먼저 기쁨의 경우 많은 등뼈동물이 놀이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사례가 관찰되었다. 어린 돌고래 새끼는 물 속에서 몸이 떠있는 것을 즐긴다. 물소는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즐긴다. 또한 쥐가 놀이를 하는 동안 뇌 안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 확인됐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사람의 뇌에서도 분비된다. 일부 동물들이 사람처럼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많은 동물들이 로맨틱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구애와 짝짓기를 하는 동안 많은 새들과 포유류는 사람이 사랑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비슷한 현상을 보여준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여자나 교미하려는 쥐의 뇌에서는 도파민의 분비량이 증가한다. 게다가 포유류의 뇌에서는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물론 사람의 뇌에서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새와 파충류에서도 옥시토신에 의해 유발되는 행동과 비슷한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적어도 일부 하등동물이 사람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하고 있음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로맨틱한 사랑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닌 성싶다.

사랑을 느낄 줄 아는 동물은 사랑하는 짝을 잃었을 때 슬픔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슬픔을 느끼는 동물들은 혼자서 외딴 곳에 앉아 허공을 쳐다보고 울거나, 음식 먹는 것을 중단하거나, 짝짓기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예컨대 어느 수컷 침팬지는 어미가 죽은 뒤에 단식하고 끝내 굶어 죽었다. 고래가 자신의 새끼를 잡아먹는 광경을 보고 있던 어미 강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동물원에서 꼼짝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오랑우탄의 슬픈 표정을 보면 사람들은 오랑우탄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가장 슬픔을 잘 느끼는 동물로 여겨지는 코끼리는 새끼가 죽으면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면서 시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동물들이 감정을 느끼는 증거가 속속 확보됨에 따라 적어도 일부 등뼈동물은 인간이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 이를테면 공포 기쁨 슬픔 분노 사랑 질투 연민 등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길러 본 사람들도 동물들이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때 개를 비롯한 동물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텔레비전 화면을 누빈 적이 있었다. 안방이 온통 동물들의 먹고 자는 화면으로 도배될 정도로 시청률이 높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무척 사랑하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인터넷판은 한국에서 애완견이 350만마리에 이르며 개의 생일파티는 물론이고 100여 만원을 들여 개 장례식까지 치러줄 정도로 한국인들이 개를 사랑한다고 보도했다. 개를 사랑하는 한국사람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나처럼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문화적 갈등은 날카로워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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