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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반란 3

연말연시다. 몇십년만에 창궐한다는 그 무서운 독감에 대한 경고를 듣기가 무섭게 우리는 이상한 독감의 전국적인 창궐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바로 조류독감이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이렇게 심각한 병이었나?

 

도대체 독감은 독감인데 새종류에만 걸리는 독감이라는 걸까?

그럼 일단은 안심해야겠다. 그러나, 민진 아빠에게 물어보니 인간에게도 전염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정말 걱정이 된다.

알고 보니 인간에게 전염되는 종류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 중국에서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인간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고 하니, 절대 안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앞뒤 따져보고 있는 순간에 TV화면에선 닭과 오리들이 마치 무슨 귀찮은 먼지덩어리들인 양 포대에 산채로 구겨 넣어져 꿈틀대며 파묻히길 기다리고 있다. 산 오리들을 그냥 땅속으로 몰아넣는 장면에서는 가엾음을 넘어 이제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물론 질병을 전파할 위험이 있는 조류들을 살려둬야만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면 당연히 살처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있는 것은 살처분이 아니라 생매장이다.

살처분은 생매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법률이나 용어상의 문제, 혹은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인간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제공해온 동물들에게 죽음의 순간에라도 일말의 관용을 베풀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자, 수많은 통닭집, 양념 치킨집, 치킨 패스트푸드점 등등 그 많은 양의 닭고기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 지 궁금할 정도로 우리는 흔하디 흔하게 닭고기를 접하고 있다.

흔하게 먹으면서도 우리가 먹는 닭고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입안으로 들어가게 되는지 생각해보는 이들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예전의 닭고기가 아니다.

TV에서 그나마 행복한 모습으로 나오는 방사 닭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닭들은 비좁고 더러운 닭장속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다.

이 철장 안에서 닭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본능을 완전히 억제당한채 일생을 마친다.

암탉들은 모이를 이리저리 찾고, 쪼고, 모래 목욕을 하고, 횃대에 앉고, 둥지를 틀려는 강한 본능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 중 어느 한 가지도 이 좁은 닭장 안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 대신 그러한 욕구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에서 비롯된 공격성과 동족끼리 죽이는 죄악으로 채워진다.
자연 상태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쪼는 위계 질서는 닭장 안의 닭에겐 심각한 재앙이 된다. 약한 것들은 강한 것들에게서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쪼이고 유린당하고 죽음에까지 이른다.
닭장의 닭에게는 단지 서있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닭장의 철사 망은 달걀이 굴러 나올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발과 다리는 구부러지고 변형되어 살아있는 동안 만성적인 고통을 준다.
달걀 생산력이 떨어질 즈음이면 어떤 사육자들은 그들의 낮은 등급의 닭들을 익명의 애완 동물용 사료 공장에 팔거나 학교의 급식용으로 넘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육자들은 닭에게 쇼크 요법을 사용하여 억지로 털갈이를 시켜 다시 달걀을 낳는 주기를 만든다. 털갈이는 보통 겨울이 시작될 때 닭이 깃털을 바꾸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털갈이 기간 동안, 닭은 달걀을 낳지 않는다. 달걀 생산자들은 닭들을 어둠 속에 두고 3일 동안 물을 주지 않고 길게는 10일 까지 모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동시에 털갈이를 시킨다. 이 방법의 가혹함으로 해서 닭의 깃털은 급속히 빠진다. 다시 먹이를 받게 되면, 도살되기 전까지 달걀을 몇 개 더 낳을 뿐이다.

 

아마 여기서 닭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닭의 입장이라면? 닭에게 그러한 것을 생각할 지능이 없을 지는 몰라도, 종의 본능을 되찾고 싶은 그 욕구는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닭이 자신의 본능을 빼앗아버린 인간에 대해 복수를 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할까? 부리로 쪼아줄까? 아니면 발톱으로 할퀴어줄까? 아마도 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인간이 좋아하는 자신의 고기를 인간들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조류독감과 같은 사태를 일종의 종의 반란이라는 시각에서 본다. 자신의 종의 본능을 되찾고, 인간에 대해 일종의 응징을 하는 의미에서의

EU는 2012년 이후부터 현재의 표준 닭장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2003년부터 유럽의 생산자들은,(현재도 그 어느나라보다 넓은 공간을 주고 있지만), 닭장 당 마리 수를 줄임으로써 33% 정도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 때부터, 더 이상의 닭장 설치가 금지된다고 한다.

 

한국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심하게 변형된 조류독감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인간을 위해 자신의 고기를 바치는 동물들의 목숨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갖 미물인 그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감사의 표시로 그들이 사는 환경을 가능하면 신이 내린 그들의 본성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죽음의 순간에도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문명화된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댓글

이경숙 2003.12.30

가슴아픈 일입니다...


한수아 2003.12.29

요번에 가족신문에 기고할 글을 써달라고 애아빠가 부탁을 해서 제가 써본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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