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독일, 헌법에 동물권 보장

사랑방

독일, 헌법에 동물권 보장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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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0.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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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양산 ‘공장식 축산’ 안돼” 동물권 보호 목청
제초제·살충제·성장호르몬 과다 사용
사람 결장암 발병률 250배↑ 등 부작용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대안 모색 활발
한겨레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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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 등 확산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은 공장식 축산업이 그 배경이다. 가축을 생명이 아니라 공장의 제품으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파괴와 자원 소비를 가속화하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1990년대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서, 이런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반성은 가축을 공장제품이 아니라 생명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동물권 보호 운동을 촉발시켰다. 동물권 보호는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나, 이미 서구에서는 환경과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편집자

매년 전 세계적으로 500억 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 닭과 칠면조가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축된다. 하루에 1억3700만 마리, 한 시간에 570만 마리, 1분에 거의 10만 마리 꼴이다. 아주 짧은 생애 동안 우유와 계란 등을 착취당한 뒤다. 포드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는 듯한 자본주의적 ‘축산 포디즘’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만 비위생적인 공장형 축산 시스템으로 생산된 식육 탓에 매일 20만명이 식중독에 걸려 900명이 입원하고 14명이 숨진다. 제레미 레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인간에 의해 대량생산·대량소비되는 가축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곡물의 1/3을 먹어치운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레이몽의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에 따르면, 미국 서부 11개주의 물 70%를 가축이 소비한다. 소 1마리가 하루 평균 12㎏의 옥수수를 먹어치운다. 도축될 때까지 사료 생산에 들어가는 석유가 132.5ℓ에 이른다. 과잉목축은 제초제와 살충제의 과다사용으로 이어진다.

광우병도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족의 뼈와 살을 갈아먹이는 야만에서 비롯됐다. 육골분에는 가축 부산물뿐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 다른 동물의 사체까지 섞여 들어갔다. 미국의 공장형 축사에서 자라는 가축은 100% 성장호르몬을 맞으며, 매일 그 쇠고기를 먹을 경우 결장암 발병 확률이 250배나 높다.

공장형 축산은 도축에서 그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게일 아이스니츠는 <도살장>에서 도축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를 맞추려다보니 가축들이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목이 잘리거나 가죽이 벗겨지는 경우도 많다고 폭로했다. 대형 육류가공회사 아이비피(IBP)의 작업인부들은 법정에서 “작업자들이 거꾸로 매달린 소의 다리에서부터 복부, 목까지 차례로 가죽을 벗기고 다리를 잘라내는 동안에도 소는 숨을 내쉬며 신음소리를 낸다”고 증언했다고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파밍어소시에이션’(HFA)이 밝혔다. “수천 마리의 소들이 산 채로 도살 과정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2002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서 동물권을 보장했다. 녹색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으로 “국가는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는 조항을 명시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1770년대 영국에서 동물학대방지협회가 결성돼 동물 권리운동의 본격 출발을 알린 지 230여년만이었다.

세계동물보호협회(WSPA)는 방목 유기농 축산품만 구매하고, 축산업체에 동물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권한다. 다우너 소들을 학대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던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HSUS)는 고기를 덜 먹고(Reduce), 먹더라도 자연친화적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고(Refine), 가능하면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꾸자(Replace)는 ‘3R’을 제안하고 있다. 농장동물권리운동(FARM)은 1983년부터 ‘윤리적 채식주의자’였던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인 10월2일을 ‘세계 농장동물의 날’로 정하는 한편 육식추방운동, 선택적 학교급식, 동물복지기금 조성 등 동물권 보호에 앞장선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동물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시아농장동물연합(ACFA)은 2005년부터 세계동물보호협회(WSPA) 주최로 매년 농장동물 워크샵을 열고 있다. 한국의 동물자유연대도 2005년부터 함께 참여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복지가 주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도록 힘쓰는 것이 목적”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에선 웨트(Wet) 마켓이 주요 의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웨트 마켓은 살아있는 동물, 특히 가금류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도살해 판매하는 재래식 시장으로 조류 인플루엔자에 의한 피해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