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때리고 아프게 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반려동물

때리고 아프게 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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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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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아프게 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동물들을 데려와 열악한 환경에 방임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der)라고 합니다. 동정심에서 출발한 일이라 할지라도 결과는 동물학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동물을 수집하는 것과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다릅니다.

10월 22일 SBS의 긴급출동 SOS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작팀의 설명에 의하면 부모와 세 아이가 살고 있는 한 가정에 개 8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집의 아주머니가 길에서 개들을 주워 자꾸 집으로 데려와 개체수가 불어났다는 것, 이른바 전형적인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애니멀 호더란 한정된 공간에 적정 개체수를 넘어 동물을 두고 키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대개의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끊임없이 개체수가 늘어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동물을 방치하고, 학대하기까지에 이르게 됩니다.


 
부엌 한 구석에 묶인채로 살고 있는 개들. 개들이 묶여있는 곳은 배설물도 제대로 치워져 있지 않으며, 개들은 사람을 향해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개를 좋아하는 것은 그 집의 아주머니로 어딘가에서 개들을 주워와 기르다 보니 그 안에서 번식을 해 자꾸 늘어났고 최고 25마리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아주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많은 수의 개들을 관리하다 보니 개를 싫어한다는 아저씨와 아이들이 개들을 학대해 왔다는 것입니다. 동네 주민들은 주인아저씨가 개들을 많이 때렸다고 증언하고 있었으며 이 동물들을 구조할 당시 현장에서 개들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 역시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애니멀 홀딩(animal hoarding)의 문제점
시초에는 길거리를 헤매는 동물에 대한 동정심에서 시작했다고 그들은 말하며, 그것이 일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니멀 호더들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 만한 개체 수 그 이상을 어디에선가 얻어온다. 한계점에 대한 개념이 없고 조절능력이 없으며 더욱 최악의 상황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끊임없이 개들이 번식해 불어납니다.
개들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의 한계점을 넘어서면 그는 동물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식과 물을 제때 공급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제대로 키우지 않아 위생상태가 현저히 나빠집니다. 점점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그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심리적으로 회피하고자 최악의 경우 동물을 학대하기도 합니다.
개들의 경우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개체수가 있게 되면 서열을 두고 서로 다투게 됩니다. 소유주는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개들을 격리하거나 묶어둘 수밖에 없으며 하루 종일 묶여 사람의 손길이 부족하고 활동량이 떨어지는 상태가 되면 개들은 사나워집니다. 개들이 사나워질수록 사람과의 친화력이 떨어져 공격성은 더욱 심화됩니다.
시작이 어떤 마음에서이건 애니멀 호딩의 결말은 항상 동물학대로 연결됩니다. 서구에서는 이 애니멀 홀딩이 동물학대의 유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법과 인식이 미비해 아직까지 반드시 저지해야 할 학대유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이웃의 눈에 띄게 되는 것은 대부분 악취나 소음으로 인한 민원으로부터 시작되어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의 방치 상태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현재 동물보호법 상 학대의 유형은 물리적인 폭력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지로 접하게 되는 학대는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는 장기간 방치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학대유형이 훨씬 많습니다. 또한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대하는 폭력보다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처음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템플 그랜딘에 의하면 동물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고통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야생상태에서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본능이 잠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물은 인간과 달리 같은 조건에서 더욱 학대적 상황에 직면하기 쉽고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폭력 행위의 수위보다 그 폭력을 당하는 대상의 수동적 처지는 대상을 그 폭력적 상태에서 구조하기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아동과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폭력이 더욱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것은 가해자들이 전적으로 그들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들 역시 약자의 위치에 처해있습니다.
동물은 인간사회의 한 단면을 바라보는 거울입니다. 동물을 방치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든 인간의 문제이며, 이것이 우리가 동물에게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