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쓰담쓰담] 겨울집에 머리를 박고 있던 길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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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겨울집에 머리를 박고 있던 길동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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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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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고문을 열고 사람 인기척이 들면 고양이 몇 마리가 쉬다가 후다닥 도망을 갔습니다. 아마도 추위를 피해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농장에서 구조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반려하고 있는 구조자는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생을 알기에 직원들에게 고양이 쫓지 말라고 부탁하고 창고에 상자 몇 개와 이불을 넣어주고 추위라도 피하기를 바랐습니다.

길동이는 그 창고에서 지내던 고양이 중 한 마리였습니다. 어느 날 길동이가 창고 문 앞에 나와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더 다가가니 도망을 가는데 심하게 여위어 있었고 뒷다리를 끌다 걷다 정상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추운 겨울에 먹을 게 없어 그러나 싶어 그날 이후 사료와 물, 습식 사료 주었는데 어느 날은 먹고, 어느 날은 도망 가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길동이가 신경이 쓰여 날마다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길동이가 도망치는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길동이가 머리를 상자 안쪽으로 넣고 앉아 있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놀라 만져보니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상자 입구를 막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먹지 못해서 심한 탈수라고 했습니다. 큰 병이 아니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돌보는데 배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식욕도 없었습니다. 냄새가 나서 엉덩이만 씻기려고 만져보니 배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만져져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초음파를 찍어보니 변이 심하게 차 있어 관장을 해야 한다고 해서 관장을 하고 하루 입원 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소변도 안 보고, 밥도 안 먹고 배는 점점 빵빵해지고... 구조자는 고양이가 소변을 아예 못 보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더 큰 병원으로 갔습니다. 골반 골절로 인한 배변장애, 방광염, 복막염이라고 했습니다. 진작 큰 병원으로 올 걸... 길동이를 고생시킨 것이 미안하고, 처음 간 병원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병원에서는 골반수술을 해야 하는데 길동이가 수술을 견뎌낼 상태가 아니라 입원해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8일 후 골반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후 이틀 입원하고 길동이를 집으로 데려와 손수 만든 격리장에서 돌보았습니다. 2주 후 뼈가 잘 붙고 있다고 진단받고 치료를 마쳤습니다.

구조할 때는 길동이가 죽을 것 같아 일단 병원 데리고 간 것이었고, 입양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족이 입양에 동의할지 망설였는데 길동이를 다시 방사하려고 한다고 말하니 가족이 먼저 입양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길동이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길동이는 멍든 부위를 자꾸 그루밍해 피부가 벗겨지고 곪아 있었고, 배 안쪽에도 상처가 있어서 옷을 입혀놨는데 거부하지 않고 순딩해요. 아직 사람은 경계해도 고양이, 강아지에게는 애교가 넘칩니다. 첫째 고양이 하는 걸 다 따라 합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밤에도 축구를 하고요. 놀고 자는 걸 보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걷고 뛰기는 하지만 정상적이지는 않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천천히 다가가 쓰다듬으면 배를 보이면서 그릉그릉합니다. 그때 많이 만져 줍니다. 창가에서 매일 첫째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일광욕도 하고, 강아지와도 잘 놀구요, 강아지 품에서 잠도 자요. 길동이 사랑으로 잘 키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