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현장, 당시 빠르게 번지는 산불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긴급 대피를 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이 모두 전소되었다는 한 노인은 11살 반려견 말순이를 화마가 닿지 않는 곳에 목줄로 묶어두고 대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행법 상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마가 덮친 마을에 홀로 남겨져야 했던 말순이는 어땠을까요. 구조 당시 말순이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길고 엉켜버린 털은 더럽고 지저분했고, 몸은 야위어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주변은 타버린 잔해와 재로 가득했지만, 기적처럼 말순이가 있던 곳만은 불길이 비켜갔습니다. 활동가들이 다가가자 말순이는 처음에는 움츠러들었지만, 곧 작은 꼬리를 흔들며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였습니다.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노인은 말순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어려운 결정 끝에 말순이는 온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말순이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구조 당시 말순이의 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이빨은 부실하고 잇몸은 염증으로 붉게 부어올라 있었고, 배 아래쪽에는 유선 종양이 관찰되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심장사상충 말기 감염과 노령성 심장병이 말순이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말순이는 심장사상충 말기로 고난도 긴급 수술을 받았고, 작고 여린 몸으로 큰 수술을 견뎌냈습니다.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말순이의 진짜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1살 노견임에도, 말순이는 놀라운 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개들에게 먼저 다가가 열심히 냄새를 맡는 모습은 꼭 어린 강아지 같았습니다. 어쩌면 평생 목줄에 묶여 다양한 냄새와 경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듯한 말순이의 호기심은 누구보다 누구보다 넘치고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말순이가 가장 갈구하는 것은 사람의 사랑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말순이는 두 귀를 펄럭이며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러고서는 사람 품에 작은 얼굴을 부비며 파고들기도 하고, 무릎 위에 올라와 스스로 안기기도 합니다.

견사에서 말순이는 종종 두 발을 딛고 일어나 조용히 사람을 기다립니다. 활동가나 봉사자가 복도를 지나가면 말순이의 시선은 한시도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으로 사람을 따라갑니다. 말순이가 사람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말순이의 두 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말순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보금자리와 돌봄과 사랑입니다. 새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말순이가 보호소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결연후원으로 함께해주세요. 말순이의 삶을 든든하게 지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