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야생동물

2019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 ③ 한국의 곰 생츄어리 제안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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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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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과 같이 야생동물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온 것은 한국 뿐만은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약재, 고기, 모피 등을 목적으로 길러왔습니다. 그러나 야생동물 보전과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로 점차 야생동물의 경제적 이용은 제도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야생동물을 가축처럼 집약적으로 가두어 기르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으며, 야생동물의 복지를 충족시킬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사육곰 산업의 종식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베트남의 사육곰 쓸개즙 채취 금지와 노르웨이의 밍크·여우 모피산업 폐쇄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베트남 사육곰 쓸개즙 채취 금지와 민관협력 곰 생츄어리

베트남 또한 잘못된 보신문화로 사육곰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로 2005년 베트남 정부에 의해 쓸개즙 채취는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곰의 사육은 허용되고 있습니다. 사육곰 농장에 대한 제재 없이 쓸개즙 채취만 금지하는 법은 강제성과 실효성이 부재하여 정부의 금지 이후에도 현재 1,000여마리의 사육곰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애니멀스 아시아, 프리더베어스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와 협약을 맺어 생츄어리를 위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운영은 동물보호단체가 맡고 있습니다. 웅담의 불법채취가 확인되는 경우, 정부는 곰을 몰수하여 민간에 운영하는 생츄어리에 곰을 수용합니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2017년 농장에 남은 모든 사육곰을 생츄어리로 옮길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애니멀스 아시아의 베트남 곰 생츄어리 (사진제공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노르웨이의 모피산업 폐지 선언

노르웨이는 1930년대 세계 최대 모피 생산국 중 하나였으나, 이제 밍크·여우 모피 산업(Fur farming)의 종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에 대한 요구와 아시아 모피 생산량의 증가로 노르웨이 모피 산업의 규모는 점차 축소되었고 2018년 기준 167개 모피농가만이 남아있습니다. 또한 이미 노르웨이의 300개 이상 유통업체는 모피 유통·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로 모피농가를 제외한 노르웨이 사회의 모피산업의 종식을 향한 사회적 합의 또한 무르익은 상태입니다. 


2018년 노르웨이 정부는 밍크·여우 농장의 순차적 폐쇄를 담은 법안에 합의하였으며, 2019년 6월 노르웨이 의회는 모피산업을 종식하는 법안 (Fur Farming Prohibition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에 따라 2025년 2월 이후 밍크, 은여우, 북극여우 등 모피동물을 소유하고 번식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됩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농림부는 5억 5백만 크로네 (한화 약 670억원)의 전폐업 지원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종식 선언과 전·폐업 지원의 필요성

베트남과 노르웨이의 사례는 국내 사육곰 산업의 종식에 있어 참고할만 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베트남이 공급자를 시장에 남긴 채 웅담 채취만을 금지하여 음성적인 웅담 채취가 잔존할 여지를 남긴 것과 달리, 노르웨이는 모피 동물의 소유를 금지하고, 농장을 순차적으로 폐쇄하여 산업을 종식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았습니다. 한국 또한 실질적으로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고자 한다면, 농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이들이 산업에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노르웨이는 모피 동물의 소유를 금지하고, 농장을 순차적으로 폐쇄하여 산업을 종식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았습니다. 한국 또한 실질적으로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고자 한다면, 농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이들이 산업에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한국의 곰 생츄어리 제안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의 사육곰 산업은 종식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육곰의 증식은 금지되었고 현재 남아있는 사육곰들이 도태된다면 산업 또한 자연스럽게 끝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웅담 수요를 고려할 때 수요에 따른 산업의 종식은 불가하며, 현재 5년 이하의 개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육곰들 중 일부는 25년 이상을 지금과 같은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 사육곰 산업 종식의 목표와 방향에는 곰들의 복지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합니다. 전·폐업 지원을 통한 산업의 종식과 사육곰 생츄어리를 통한 사육곰의 보호 및 관리가 그 대안입니다. 생츄어리는 동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보호하는 시설입니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나 해외에는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 일반화된 개념입니다. 

최소 규모의 시설로 시작하여 사육곰을 순차적으로 매입·구조하여 생츄어리를 확장하며 수용하는 방식을 통해 국내 곰 생츄어리의 마련이 가능합니다. 필수시설부터 순차적으로 완공하여 5~10마리씩 이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필수적인 시설은 곰이 머무르는 공간인 곰집(내실, 방사장)과 관리실, 격리실, 사무실, 소독·환복실, 창고입니다. 한개의 곰집에 최대 40마리의 곰을 수용할 수 있으므로 초기 1년의 운영기간 동안 하나의 곰집을 정상적으로 운영한 뒤, 추가로 곰집을 늘려가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1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부지면적 3만평 규모의 시설을 기준으로 시설 건립비 74억, 23년간 연평균 운영비 11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사육곰 생츄어리 설계 가안


사육곰 생츄어리는 사육곰들이 자연사하여 그 필요가 다할 경우, 중대형 포유류를 위한 보호시설로 이용될 수 있으며, 사육곰의 보호기간 동안에도 개체수 변화에 따라 충분히 다른 야생동물의 보호가 가능합니다. 


사육곰 산업의 종식과 사육곰 보호·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물론 이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해결을 위해 나설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환경부는 이미 몰수동물보호시설(전시관람용으로 전환된 사육곰의 불법증식 개체를 몰수하여 보호하기 위한시설)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노력으로 충분히 곰 생츄어리 또한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임시조처가 아닌 완전한 문제해결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한 생츄어리 운영 예산 마련과 체계적 운영을 위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농가의 전·폐업 지원을 위해서는 그 내용과 규정이 법률로 정해져야 하며, 이는 기존 관련법의 개정으로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 이에 사육곰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육곰 산업 정책을 폐지하고, 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육곰 문제는 수십년을 이어온 세월만 보더라도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생츄어리의 마련도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한 개인, 한 단체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 사회 모두가 협력할 때 가능합니다. 사육곰 문제의 해결은 철창 안에 갇힌 사육곰들을 고통에서 구하는 것임과 동시에 보신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기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역사를 끝내는 일입니다. 

이제는 지난 과오의 세월을 뒤로 하고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사육곰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도 그 뜻을 모아주세요. 지지부진한 문제 해결에 때로는 지치더라도, 철창 속 사육곰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