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논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결정에 대한 동물자유연대의 입장 - “비봉이 방류, 생존과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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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결정에 대한 동물자유연대의 입장 - “비봉이 방류, 생존과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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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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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방류, 생존과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결정에 대한 동물자유연대의 입장.



2022년 8월 3일, 해양수산부가 17년째 감금되어 있던 돌고래 ‘비봉이’의 방류계획을 발표했다.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포획돼 17년 동안 제주 퍼시픽리솜(㈜호반호텔앤리조트)의 좁디좁은 수족관에 갇혀 고통스럽게 살아온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내용이다.  

수족관의 돌고래 전시 금지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와 해당 기업이 이제라도 비봉이에 대한 인도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대책 방안이 방류 외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매우 아쉬움을 남긴다.  

호반 퍼시픽 리솜의 전신인 퍼시픽랜드가 시민단체의 ‘공연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하여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퍼시픽랜드 돌고래 사육현황(2013. 1. 5기준)’ 자료에 의하면, 비봉이는 2005년 4월 29일에 포획됐고 2013년 추정 나이 11~12살로 기록돼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2005년 포획된 비봉이 나이는 3~4세였다. 어린 나이에 잡혀 와 17년이란 세월을 수족관에 감금되어 살아온 것이기에 비봉이가 과연 야생에서 적응, 생존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비슷한 조건의 돌고래 방류에서 개체 사망(추정)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생활하다 방류된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등이’와 ‘대포’의 사례이다.  
대포는 2002년, 금등이는 1999년에 포획돼 각각 15년에서 18년 기간 동안 감금돼 있다가 2017년에 방류됐으나 방류 직후부터 그 생사를 알 수 없어 관계 전문가들은 야생 적응에 실패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가 대포·금등이처럼 어린 나이에 잡혀 와 오랜 기간 감금돼 있었고 대포·금등이 방류가 실패한 사례를 주목한다. 

대포와 금등이, 비봉이는 제주 연안을 회유하는 남방큰돌고래이다. 이전에 방류에 성공한 제돌이·삼팔이·춘삼이·태산이·복순이도 남방큰돌고래이며 방류 후 모두 제주 연안을 떠나지 않으며 살고 있다.  
제돌이는 2009년 포획돼 2012년부터 야생적응훈련을 한 후 2013년에 방류됐다. 춘삼이·삼팔이는 2009년, 2010년경 포획돼 2013년에 방류됐으며, 태산이·복순이는 2009년 포획돼 2015년에 방류됐다. 이 남방큰돌고래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의 감금 생활 후 야생에 복귀했다. 

이 남방큰돌고래들의 성공 사례는 비봉이의 17년 감금 생황과 비교할 수 없는 사례이며 비봉이는 오히려 대포·금등이 감금 기간과 견주어 대책 마련이 고려돼야 한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례로부터 충분히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비봉이’의 방류결정에 얼마나 반성적 고찰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5월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및 노웅래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도 해외의 전문가들이 같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으로 고래류를 위한 각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큰돌고래 '태지' 등 한국 돌고래 문제 자문을 위해 여러 차례 방한한 바 있는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씨가 포획 시점과 수족관 생활 기간 등을 근거로 비봉이 방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나오미 로즈씨는 비봉이 방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비봉이가 야생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의 안전장치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비봉이의 방류는 ‘현재 건강하다’라거나 ‘활어를 잡아먹는다’ 또는 ‘가두리 근처에 다른 돌고래들과 교류하는 것 같다’는 것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대포’와 ‘금등이’도 같은 근거로 방류했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그래서 ‘무조건 방류’를 이미 결론지어 놓고, 가두리 훈련장에 옮겨 일정 기한이 지나 방류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봉이의 생존력에만 의지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물론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가 강한 생존력으로 야생에서 살아남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양수산부와 호반 퍼시픽리솜은 비봉이의 방류 결정에 있어 적합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판단 근거를 과학적이고 경험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대포’와 ‘금등이’ 방류 경험으로부터 얻은 보다 진전된 고민과 근거판단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과 과정은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기고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방류 후의 모니터링 계획도 면밀하게 작성되어야 하며, 방류 후의 적응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적응이 힘들 것 같다고 판단될 경우의 재포획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방류 전과 방류 후 적응하지 못할 경우 생츄어리등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방류후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대책이 없어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오늘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방류계획 어디에도 방류가 불가능할 경우 또는 방류후 야생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서 밝힌 것처럼 해양수산부의 비봉이 방류계획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비봉이가 푸른 제주 바다에서 동료 돌고래들과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 그러나 이 또한 인간의 희망이고 욕심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 방류를 준비하는 시간들, 그리고 방류 후의 상황 점검과 확인.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비봉이의 생존과 행복’이다. 아무 죄없는 비봉이를 17년이나 가둬놓고 욕심껏 착취해왔다면, 이제 우리는 그 빚의 일부라도 비봉이에게 제대로 갚아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있고, 그 결정의 하나하나에 생명에 대한 존중이 담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