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

[농장동물] 암탉에게 자유를 - 동물복지농가 청솔원 방문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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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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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산란계 암탉 7천만 마리 중,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사육되고 있는 암탉들은 고작 2.5%. 그 중에서도 자유방목으로 사육되고 있는 암탉들은 고작 0.3%입니다. 과연 케이지 감옥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암탉들의 모습이 어떨지 알아보고자 동물자유연대는 경상남도에 위치한 동물복지농가 ‘청솔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청솔원 전경 / 출처 : 청솔원]

자연 속에서 사는 암탉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방사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청솔원을 방문하기 위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경상남도의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길을 찾아 가면서도 과연 이런 산골짜기에 산란계 농장이 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숲 속에 한가운데 놓아진 청솔원 농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닭들의 우렁찬 소리만으로도 이미 이곳의 암탉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방사장에서 쉬고 있는 닭들의 모습]

이곳 농가에는 약 1만여 마리의 암탉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방문했던 배터리 케이지 농가는 컨테이너 계사 한 동에 약 4만여 마리의 암탉들이 다닥다닥 붙어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곳 청솔원 농가에는 넓은 계사 두 동과 방사장에 1만여 마리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갑갑한 지옥 같은 배터리 케이지 사육 환경과 비교할 수 없이 닭들에게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위 : 배터리 케이지에 살아가는 암탉들 / 아래 : 케이지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복지 농가의 암탉들]

계사 안으로 들어가자, 털에 윤기가 흐르고 건강해 보이는 암탉들이 넓은 계사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횟대와 산란장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포근해 보이는 모래에 몸을 부비며 모래목욕을 즐기기도 했으며, 산란장에 앉아 편안히 산란을 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눈으로 졸졸졸 사람을 쫓아다니는 닭의 모습을 보니, 닭이 이렇게 호기심 많고 귀여운 동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 : 횟대 위에 올라간 닭들 / 아래 : 편안히 알을 낳고 있는 암탉 ]

배터리 케이지 암탉과 자유방목 암탉들

배터리 케이지에서 살아가는 닭들은 A4 용지 한 장 남짓한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가며, 다른 닭들에게 밟히거나 쪼여 죽기도 합니다. 날카로운 철장 바닥은 24시간 닭들의 발바닥을 조여오고, 좁은 계사에 날리는 먼지와 깃털, 분변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듭니다. 실제 배터리 케이지 농가를 방문해보면 케이지 안에 과연 생명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장화된 농장의 모습에 때로는 기괴하고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위 : 날카로운 철망 위에서 고통 받는 닭 / 아래 : 모이를 주는 기계와 기괴하게 모이를 쪼는 암탉들]

이에 반해 이곳 동물복지 농가의 암탉들에게는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공간,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활달했습니다. 생기 없는 눈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난데없이 방문한 활동가들의 다리를 신기한 듯 쪼아댔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람에게 다가오는 닭들]

계사 내부를 둘러본 뒤에는 시원한 가을 공기와 기분 좋은 햇볕이 내리쬐는 방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계사와 이어진 방사장은 모래목욕을 즐길 수 있는 언덕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산짐승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설치된 초록색 그물망 안에서라면 숲 속 어디든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암탉들은 넓은 방사장을 이리저리 뛰어놀기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풀을 뜯기도 했으며, 숲속 바닥을 파헤치며 벌레나 씨앗을 쪼아 먹기도 했습니다. 


[위 : 언덕길을 따라 숲으로 내려가는 닭들의 모습 / 아래 : 계사에서 이어지는 방사장의 모습]

암탉들이 밖에 나가서 놀든지, 안에서 쉬든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사장 문을 열어두어도 모든 닭들이 뛰어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이전에는 당연히 모든 닭들이 방사장으로 뛰어나오고 싶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이 농가의 암탉들을 지켜보니 방사장에 나오고 싶은 암탉들은 자유롭게 방사장으로 나오고, 계사 내부에서 있고 싶은 암탉들은 계사 내부에서 편히 쉬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닭들을 내보내거나 들여보내는 것이 아닌, 닭의 자유 의지에 따라 밖에서 혹은 안에서 머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농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동물복지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탉의 자유, 아직은 먼 이야기일까

청솔원과 같이 자유방목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암탉들은 고작 0.3%. 평사 내 사육을 제외하고도 6천8백만 마리의 암탉들이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명 같은 닭임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환경은 천차만별인 대한민국 산란계의 현실.

[동물자유연대와 풀무원의 케이지 프리 협약식]

이 현실은 이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브랜드 달걀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풀무원은 동물자유연대와의 협약을 통해 2028년까지 자사의 모든 달걀을 케이지 프리 달걀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이에 다른 기업들도 조금씩 케이지 프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와 장기간 회의와 조율의 시간을 가진 다른 기업들도 풀무원의 변화의 움직임에 발맞춰 케이지 프리 선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변화는 수많은 암탉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지만, 그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윤리적인 선택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케이지 프리 달걀을 요청할수록 기업도, 농가도, 그리고 암탉의 삶도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